일본에서 개발자 3년차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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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한지 햇수로는 3년차를 맞이하게 되었다. 일본에서라기보다는 개발 신입으로 느꼈던 점에 더 가까울 듯 보이지만, 중간 점검을 하고 다시금 겸손하게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소규모 팀 배정으로 얇고 넓은 개발의 시작

남자로서 매우 생소했던 “화장품 정기구독” 서비스의 개발팀에 들어갔다. 유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합한 화장품을 선정에서 매달 배송하는 서비스. 팀 배정을 받고 3일 정도 지난 후 신규 페이지 개발 테스크를 받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나도 개발자로서 공식적인 첫 프로젝트구나 하는 마음으로.

소규모 팀이라 정해진 역할은 딱히 없었다. 스타트업이 아마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비지니스 측의 요구 사항을 바탕으로 설계를 하고, 디비 스키마 수정이 필요하면 디비도 만지고, 신규 페이지니까 아파치 설정도 해보고, 프론트에서 validation이 필요하니까 JS도 만져보고. 마침 MySQL도 버전 업을 할 때가 되어 migration을 직접 하기도 했다. 입사하고 6개월 정도 되니까 이제는 팀원들의 스크럼 관리까지도 하게 되고… 테스크 단위로 일이 떨어지다 보니 사실상 백엔드라는 직책이 의미 없게 되었다.

모든 브라우저에서 일일이 테스트할 때에는 약간의 현타가 오기는 했지만, 긍정적으로 보자면 웹 개발의 전체적인 것들을 직접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얇고 넓은 경험. 자신있는 전문 분야에 매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직접 해보면서 전체를 파악하는 기회는 꽤나 귀중했다고 본다.

야근을 많이하면 실력이 오르는줄 알았다

언제나의 대전제는, 나는 보수를 받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책임을 가지고 시간 내에 완성도 있게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경우 야근을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야근이 계속된다면 그건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우연한 기회로 타 회사의 코딩 테스트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잘 풀지 못했다. 문제를 제출하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억울함”이었다. 나는 지난 일년 반 동안 야근도 하며 열심히 했는데 왜 사회에서 요구하는 평균적인 개발자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는가?

그건 바로, 야근을 하면 해당 회사의 시스템에 익숙해 지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회사의 시스템을 잘 몰라서 야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로, 새로운 서버의 증설을 하는 경우 필요한 절차를 알아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타부서의 어느 팀에, 어느 페이지를 통해서 어떠한 내용을 기재해서 신청해야 하는가는 구글링한다고 나오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질문해도, 그들도 잘 모른다. 이 바닥은 이직이 잦기 때문에. 그래서 결국 과거의 티켓 이력을 하나하나 찾아가게 되고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문제는, 한 회사의 시스템은 다른 회사에서는 전혀 필요없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야근을 하면 일을 열심히 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얻을지 몰라도 실력 향상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대한 주어진 시간 내에 일을 끝내고 퇴근 후 평소 관심있던 프로젝트에 시간을 좀더 투자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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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친절히 알려주되 무언가를 기대하지 말자

신입이라 할 지라도 알아서 해야 한다. 한 사람 몫 하리라 기대하고 돈을 주고 고용한 것이 아니겠는가마는 초반에는 야속했다. 입사 얼마 안 되어 팀의 보안 담당 직책을 맡게 되었다. 그냥 보안 미팅만 나가고 내용 공유만 하면 된다 정도만 들었던 터라 “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그 이후부터 회사 보안 규정에 대한 사항을 나에게 질문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어떠한 인수인계도 없이, 질문하는 사람도 내가 입사한지 얼마 안되는 사람이란 걸 알텐데도 질문하고 책임을 묻는 걸 보면서, 야속하지만 앞으로 계속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야속했던 경험이 있기에, 이후 들어오는 다른 분이 질문을 하면 친절하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몇 분 이내로 처리해야 하는 급한 일이 있는게 아니라면, 조금 늦게 퇴근하더라도 친절하게 알려주고 다시 일로 돌아왔다.

몇몇 선배분들은 나와 생각을 달리한다. 스스로 찾아보고 이해해야 기억에 오래남고 실력도 올라간다는 의견인데 정도의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 밥을 먹기 위해 숟가락을 쥐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바람직하나, 숟가락, 젓가락, 포크, 기타 수많은 방법들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것은 초심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지 않을까? 열심히 고민 후 젓가락을 선택해서 사용법을 익혔는데 막상 숟가락을 사용해야 하는 문제였다면 정해진 시간 내에 밥을 먹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얼마 전 부터는, 모두에게 친절히 알려주되 무언가를 기대하지 말자고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조언을 구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대답은 어디까지나 질문 받는 사람의 선택 사항이므로 의연하게 받아들이자. 친절히 대답을 해주면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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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산다고 언어가 느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일본어 회화는 많이 늘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던 단어들을 좀더 적절한 때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지 새롭게 단어를 알게 되거나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예를 들어 “お疲れ様です”는 같은 회사나 팀에서 일하는 동료들에게 정중히 무언가를 서술할 때 서두에 붙이는 것이지, 다른 회사와의 문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전에는 그냥 정중한 표현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음식점 메뉴를 볼 때마다, 언어는 환경도 중요하지만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특히 야키토리나 스시 종류… 메뉴판에 그림이 있어서 단어를 외우려고 하지 않았는데 갈 때마다 그림 없이는 주문이 힘들었다. 스시의 생선 종류같은 경우는 한자 읽기도 무척이나 힘들었고. 의식적으로 단어를 암기하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어느정도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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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는…

평소 관심있던 개발 분야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조금 많이 해야겠다(되도록이면 팀원을 구해서 같이). 효율적으로 시간 내에 회사 일을 끝내도록 노력하고 퇴근 후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이것저것 해볼 생각이다. 또한 지식 공유를 위해 알기 쉬운 문서 구조와 영어 문체에 신경을 쓰며, 일본어와 영어도 의식적으로 시간을 내어 공부해 나갈 생각이다.